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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자신있게 - 그린인문학 두 번째

anapyo 2016. 5. 16. 02:30


송석복지재단과 함께하는 <그린인문학>이  각각 4월 19일 혜화소석복지관 에코워커 (ECO-worker) 활동가 청소년(이하 에코워커)을 대상으로 그리고 5월 8일에는 문래청소년수련관의 기자단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서로 환경에 대한 관심의 정도도 다르고, 참여하게 된 이유도 달랐지만 진지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모습은 똑같았습니다.

 

이번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린인문학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준기는 5층짜리 건물을 지으면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전기를 절약할 뿐만 아니라 운동도 하기 위해서다. 준기의 건물은 잘 지어진 건물일까?

 

이 질문에는 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준기의 건물에 올라갈 수 없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아마도 장애인, 노인, 어린이, 임산부, 택배 기사님은 아마 준기의 건물에 오르는 것이 힘들 것입니다. 우리의 작업은 바로 준기 건물에 올라갈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내는 것입니다. 전기도 절약하고 운동도 되는 건 자신에게 좋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그린인문학의 취지입니다. 스스로의 인식이 확장되면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처음엔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가 불편할 수도 있고, 친구들에겐 피곤하다며 핀잔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린인문학은 그러한 소리로부터 자신을 지킬 힘을 키워줄 것입니다. 이제 그 불편한(!) 수업의 현장을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깨끗하게 자신있게!


'깨끗함'은 보기에 참 좋습니다. 벌레가 먹은 사과보다는 상처 없는 사과를 먹고 싶고, 재래식 화장실보다는 현대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은 것도 모두 '깨끗함'때문입니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바로 그 '깨끗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깨끗함'이라는 추상적 단어를 구체적으로 만져보는 체험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쓰는 물건 중 자신 있을 만큼 깨끗한 생리대를 만져보기로 했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생리대를 처음 받았을 때 모두 당황했습니다. 여학생들은 마치 부끄러운 물건을 꺼내 보인 듯했고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신비로운 물건을 보듯 했습니다. 



'깨끗함'에 도달하기 전에 생리대의 불편함을 없애주기 위해 사회적으로 어떻게 생리가 다루어지는지 배워보았습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생리가 왜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되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마치자 조금씩 생리대를 휴지, 나무젓가락 등과 같은 일회용품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생리대는 각자의 경험에서 묻어나는 느낌이 있기에 불편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물건입니다. 하루 수업을 가지고 그 감정을 해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은 좋은 것입니다. 



일회용 생리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분석해보았습니다. 일회용 생리대의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화학약품이 사용되는지, 생리혈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물질은 무엇인지, 광고에서 나오듯 많은 물을 흡수하는 재료는 무엇인지를 보았습니다. 깨끗한 건 좋은 건데 수업시간에 알게 된 화학약품들은 모두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다이옥신을 배출하여 우리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는 가려움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나에게 좋으려고 사용한 생리대가 사실은 날 아프게 할 뿐 아니라 환경도 아프게 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비록 일회용 생리대가 화학약품으로 만들어졌지만, 사용하기 쉽고 활동할 때 편안함으로 무조건 쓰지 말라자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회용 생리대의 정보를 알게 되는 것과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린인문학이 모두 끝났을 때 에코워커로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알게 된 이상 편하게 생리대를 쓸 수는 없겠죠? 



왜 많은 일회용품을 두고 생리대를 택한 걸까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은 무겁고, 매번 설거지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지만 우리는 그 활동이 환경과 나에게 좋은 것을 알기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합니다. 그러나 생리대는 앞서 말했듯 모두가 불편해하는 물건이기에 공개적으로 꺼내거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불편한 것이니 마치 눈을 감아버리면 될까요? 아니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꺼내 다른 대안을 만들어 봐야 할까요? 변화는 '나'에서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며 수업을 했습니다. 그 변화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체험하기 위해서요.^^


최근 '가습기 살균제'로 비롯된 사망사건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살균제를 사용하여 자녀를 잃은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가습기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싶었을 뿐입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제품의 광고와 정부의 화학약품 규제 그리고 살균제에 들어가는 물질에 대한 전문가 집단을 믿고 사용합니다. '깨끗함' 속의 독에 관해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번 수업 시간에는 '깨끗함' 속의 독에 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불편(!)했을 수업을 잘 따라와 준 에코워커 그리고 문래 기자단 청소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조금은 달라진 삶을 기대해봅니다^^



표님 연구원 

ana@tolleleg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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