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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생각하는데이, '법대로 해?!'

Jeongjoo Lee 2016. 8. 21. 14:22

운전 중 시비가 붙어 다투게 된 어른들을 본 적 있나요? 요즘은 보복 운전이라고 해서 매우 공격적으로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장면이 자주 보도되지만, 사실 삿대질 몇 번과 고성 몇 마디 지르고 등을 돌려 자리를 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일을 크게 벌이려 하지 않는 거죠.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단판'을 지어야 할 때도 될 수 있으면 서로에게 손을 대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전보다 목소리가 커지고, 서로를 향한 삿대질이 빨라질 뿐이죠. 하지만 이쯤 되면 꼭 서로를 향해 힘을 주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이 무서워서 서로에게 손을 대지 못했던 건데 이제는 이 말을 무기로 상대를 위협하는 거죠. 바로 "법대로 해?!"라는 말입니다.

 

도대체 '법'이 뭐길래 어른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마다 법을 찾는 걸까요? 정말 '법대로' 하면, 곤란한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흔히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사회'를 야만적인 사회라며 비난합니다. 그렇다면, '법이 가장 앞서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일까요? 만약 어느 날 치안상의 이유로 모든 개인에게 일인용 감시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법이 제정된다면, 이때도 여러분은 법대로(!) 할 건가요?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고, 악법도 어쨌든 법이기 때문에?!

 

이번 <생각하는데이>에서는 '법'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다루면서 "법대로 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 7월의 생각하는데이, <법대로 해?!> 수업 현장 


지난 7월, 송석복지재단 혜화교육실에서 ‘법’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법’의 개념과 역사 등을 짚어보기보다는 가상의 또는 있을 법한 사례를 중심으로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면서 “도대체 어떤 조건에서 ‘법’을 통해서 개인의 행위나 태도를 국가가 제한하거나 개인에게 특정 의무를 부과할 수 있을지”를 고찰하는 데 주목했습니다.


언제 한 개인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서게 할까? 어느 때, 법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권한을 갖고, 개인이 법의 명령을 따라야 할 의무를 갖는가? 개인은 어느 선까지 법에 복종해야 하고, 법은 어느 선까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까?

처음 우려와 달리,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체로 다음과 같은 합의에 이르곤 했는데요, 


한 개인(또는 집단)이 타인(또는 공동체)에게 ‘해(harm)’를 입힐 때, 국가는 법을 통해서 개인의 행위나 태도를 제한하거나 개인에게 특정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언뜻 괜찮아 보이지만, 조금만 따져보면 매우 모호한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어디까지를 ‘해를 입은’ 범위로 규정할까요? 해를 입은 범위는 ‘모두’에게 동일한가요? 만약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경우라면 어떤가요? 이 경우도 법적인 제재를 받아야 할까요? 19세기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자유론》(On Liberty, 1859)에서 ‘개인에 대한 사회 권위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각주:1] 












그러면 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행사할 수 있는 주권의 정당한 한계는 어디에 있는가? 사회의 권위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가? 인간 생활이 어느 정도나 개인에게 그리고 사회에 귀속되어야 하는가?


각자가 각별히 관심을 더 두고 있는 것을 가지게 될 때, 각자는 자기의 적절한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주로 개인의 관심을 끄는 생활은 개인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주로 사회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회에 귀속되어야 한다. 


비록 사회가 계약에 기초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비록 사회적 의무를 도출해 내기 위하여 계약을 고안한다고 해서 좋은 목적이 성취되는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는 모든 사람은 그 혜택을 보답할 의무를 지게 되고,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은 각자가 다른 사람에 대한 행동에 있어 일정한 방침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것을 필수 불가결하게 만들어 버린다. 첫째, 이 행동은 상호 간의 이익을, 혹은 명확한 법률 조항이나 묵시적 이해에 의해 권리로서 간주되어야 마땅한 일정한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이 행동은 각 개인이 사회나 그 구성원을 해악과 간섭으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노동과 희생의 자기 몫(이는 공평한 원칙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 의무를 거부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희생을 가져다준다 하더라도, 사회가 이 조건들을 *강제하는 것은 정당하다. 이것이 사회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아니다. 한 개인의 행위는, 다른 사람의 합법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로까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해악적이고, 그들의 복지에 대해 적절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경우에 가해자는 법률에 의해서가 아니라도 여론에 의해 정당하게 처벌될 수 있다. 한 개인 행위의 일부분이 다른 사람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순간, 사회는 그 행위에 대한 *판단을 가지게 되고, 그 행위에 간섭함으로써 공공 복지가 증대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토론하게 된다. 한 사람의 행위가 자신 이외의 어떤 사람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 혹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이익에 영향을 행사할 필요가 없을 때(여기에 관련된 모든 이들은 성인이고, 정상적인 이해력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그 문제가 거론될 소지는 전혀 없다. 그러한 모든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를 하고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데 대해서는 완전한 법적・사법적 자유가 부여되어야 한다.[각주:2]


어떤가요? 이제는 만족스러운 기준이 되었나요? 타인의 이익(interest)이 침해되는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나요? 개인에게는 각자 부담해야 할 노동 및 희생의 자기 몫이 있다던데 정말 그런가요? 


이처럼 어떤 조건에서 국가가 ‘법’을 통해서 개인의 행위나 태도를 제한하거나 개인에게 특정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언제 한 개인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서게 할지, 어느 때, 법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권한을 갖고, 개인이 법의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를 지며, 개인은 어느 선까지 법에 복종해야 하고, 법은 어느 선까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지를 정하는 문제는 그 자체로 상당히 논쟁적이지요. 그래서 더욱 정치한 분석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 7월의 생각하는데이, <법대로 해?!> 수업 현장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모든 법에 복종할까요? 모든 법에 불복종할까요? 아니면, 어떤 법에는 복종하지만, 다른 어떤 법에는 복종하지 않을까요? 어느 선택이든 각각의 선택에는 무엇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지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곧 내가 법에 불복종하거나 복종하는 이유, 또는 어떤 법에는 복종하지만, 다른 어떤 법에는 불복종하는 이유는 그 법이 어떤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지에 달린 것이죠. 따라서 이 가치는 법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또는 개인이 법의 명령을 거부할 정당성을 확보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닙니다.


@ 7월의 생각하는데이, <법대로 해?!> 수업 현장 


그렇다면, 이 가치는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가치의 내용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종종 이 가치를 통틀어 ‘정의(justice)’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합니다. 그래서 ‘법’이 어떠한 ‘정의’를 반영하느냐에 따라서 또는 어떠한 '정의의 원칙'을 반영하느냐에 따라서 법은 개인에게 명령에 따를 의무를 부여할 수 있고, 반대로 개인은 법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면, 이제 우리의 과제는 단지 '법'에 관한 논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



이정주 연구원 

jeongjoolee@tollelege.org


  1. “WHAT, then, is the rightful limit to the sovereignty of the individual over himself? Where does the authority of society begin? How much of human life should be assigned to individuality, and how much to society? Each will receive its proper share, if each has that which more particularly concerns it. To individuality should belong the part of life in which it is chiefly the individual that is interested; to society, the part which chiefly interests society. Though society is not founded on a contract, and though no good purpose is answered by inventing a contract in order to deduce social obligations from it, every one who receives the protection of society owes a return for the benefit, and the fact of living in society renders it indispensable that each should be bound to observe a certain line of conduct towards the rest. This conduct consists first, in not injuring the interests of one another; or rather certain interests, which, either by express legal provision or by tacit understanding, ought to be considered as rights; and secondly, in each person's bearing his share (to be fixed on some equitable principle) of the labours and sacrifices incurred for defending the society or its members from injury and molestation. These conditions society is justified in enforcing at all costs to those who endeavour to withhold fulfilment. Nor is this all that society may do. The acts of an individual may be hurtful to others, or wanting in due consideration for their welfare, without going the length of violating any of their constituted rights. The offender may then be justly punished by opinion, though not by law. As soon as any part of a person's conduct affects prejudicially the interests of others, society has jurisdiction over it, and the question whether the general welfare will or will not be promoted by interfering with it, becomes open to discussion. But there is no room for entertaining any such question when a person's conduct affects the interests of no persons besides himself, or needs not affect them unless they like (all the persons concerned being of full age, and the ordinary amount of understanding). In all such cases there should be perfect freedom, legal and social, to do the action and stand the consequences.” (Mill, On Liberty, iv.1-3.)” [본문으로]
  2. On Liberty, iv. 1-3. 한글 인용은 김형철, 《자유론》, 서광사, 2008. 번역본을 참고하되 *부분을 수정, 인용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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