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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유령의 방문은 악몽일까 선물일까?

Jeongjoo Lee 2016. 2. 1. 15:30


지난 12월 26일, 송석복지재단에서 세 번째 <생각하는데이>가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유령의 방문은 악몽일까 선물일까?’라는 제목으로 중고생 청소년들과 함께했는데요, 이번에는 이전 모임들과 달리 의견이 대립하는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각자의 경험과 고민, 이야기 등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훈훈한 분위기였달까요? :)


학생들은 진행자와 함께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발췌해 읽으면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지루한 책 읽기가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나름 활기찬 대화가 오고 가서 다행이었죠 :) 



‘크리스마스 날, 나의 방에 찾아올 유령은 내게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까?’ 이것이 이번 모임의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내 방에 찾아온 유령은 어떤 기회와 희망을 줄까, 유령의 방문은 악몽으로 끝날까, 아니면 선물이 될까 상상해 보는 것이었죠. 


“나는 이 으스스한 작은 책에서 상상 속 유령을 깨우려고 노력했지만, 이 유령으로 인해 독자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에게,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계절이나 작가인 내게 언짢은 감정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이 상상 속 유령이 즐겁게 여러분의 집에 나타나고, 누구도 유령을 쫓아내지 않기를 바라며.”[각주:1] 

- 『크리스마스 캐럴』 머리말 / 찰스 디킨스 - 


아마도 현실에서 유령이 실제로 찾아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러한 일은 상상 또는 영화와 문학 작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 모르죠. 하지만 비록 유령은 아닐지라도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새로운 삶을 살 기회와 희망은 실제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스크루지와 같은 노인에게도 기회와 희망이 주어졌는데 아직 청소년인 여러분에게는 훨씬 더 많은 기회와 희망이 남겨져 있겠죠 :) 그래서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떠한 계기를 통해 내 삶을 변화시킬 기회와 희망을 가질 것이냐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크루지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웃기도 했지만, 스크루지는 그들이 웃든 말든 내버려 두었고 별로 개의치 않았다. 처음에 사람들의 비웃음을 당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 세상엔 영원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만큼 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비웃음은 눈을 감아버리면 그만이며, 사람들이 병을 앓아 별로 아름답지 않은 흉터가 남는 것보다는 차라리 비웃어서 눈가에 주름살이 생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자신의 마음이 웃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 살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말이 나올 때면 언제나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진심으로 바라노니 우리 모두도 스크루지처럼 불리길! 그리고 꼬맹이 팀의 말대로 우리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이은정 옮김, 『크리스마스 캐럴』, 팽귄클래식, 196-197쪽)


내 삶을 변화시킬 기회와 희망이 되는 계기가 바로 ‘오늘’이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참여해준 모든 분께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합니다 :)


이정주 / 톨레레게 연구원



  1. *이은정(펭귄클래식, 2008), 윤혜준(현대문학, 2011) 번역을 참고해 원문을 번역했습니다. (“I HAVE endeavoured in this Ghostly little book, to raise the Ghost of an Idea, which shall not put my readers out of humour with themselves, with each other, with the season, or with me. May it haunt their houses pleasantly, and no one wish to lay it.”) “no one wish to lay it”의 경우, “누구도 유령을 쫓아내지 않기를 바라며”라고 의역했지만, 원문 뜻을 살리자면, 무덤 속에 누워있다가 일어나 돌아다니는 유령을 다시 무덤 안으로 돌려보내 눕힌다는 뉘앙스가 드러나도록 번역하는 게 맞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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